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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MT에 갈때 일이다. 술게임에 심취해있었던 시절이다. 취기에 오르면 게임에 시비가 걸리기 마련이다. 그럴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겐세이!' 일본어 단어인 겐세이는 견제라는 뜻이다. 왜 이의를 제기하냐,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야 한다, 이런 암묵적인 합의가 MT와 술게임에 있었다. 술게임하다가 갑자기 공론화된 이의 제기 절차를 거치는 상상도 어색하고 우습긴 하다. 하지만 이의를 제기한다고 벌주를 바로 주는 그 모습은 어쩌면 신입생에게 정글의 규칙을 처음 소개하는 통과 의례였을지 모른다.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미투 운동을 보며 겐세이를 떠올린다. 우리는 그동안 겐세이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 살았다.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논의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인권과 자기 피해에 항의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미투 운동은 젠더폭력과 억압적 조직문화에 대한 대응이 연대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진정으로 이 사회가 바뀌길 바란다. 성의없는 사과와 명예훼손죄에 기댄 보복으로 일관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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