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와 부모가 상호작용하며 성장하던 60년대와 부모와 내가 함께한 90년대는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아직 비혼 상태에 있지만 내가 만일 조만간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는다면 2020년대가 될 것이다. 60여년의 시간동안 한국 사회도 빠르게 변하고, 육아도 빠르게 변했을 것이다. 우리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시키는 막걸리 심부름을 했다. 나는 회초리를 맞긴 했지만 배고프지는 않은 환경에서 자랐다. 내 자녀는 어떻게 바뀐 세상을 살까.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한다. 장가갈 수 있을까. 나에겐 다른 사람이 어렵지않게 치르는 것처럼 보이는 통과 의례가 너무 버겁다. 취업, 연애, 결혼. 앞에 일이 엄두가 안 나는데 출산까지는 생각하기도 벅차다. 조금 늦은 내 인생을 질책하지 않는 바다와 같은 부모도 내 결혼과 출산에는..
라는 연극이 있다. 100명의 일반인이 참여해서 벌이는 다큐멘터리 연극이다. 독일에서 시작된 이 연극은 세계 각지를 돌다가 광주로 왔다. 이들은 1명씩 각각 1%를 대변한다. 연극이 진행되며 이들은 질문을 받고 예, 아니오로 대답하며 자리를 옮긴다. 일반인 출연자는 관객에게 질문하기도 한다. 서울 시민인 관객에게 던지는 이런 질문이 나왔다. "당신은 이 공연에서 5.18 이야기를 기대했나?" 많은 관객이 손을 들었다. 무대에 선 사람에게도 질문이 주어진다. "광주가 5.18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기를 바라나요?" 무대에 선 사람 대부분이 긍정했다.우리는 광주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가슴아픈 문제이다. 한강은 에필로그에서 그들이 '희생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희생자가 되지 않기를 ..
아우슈비츠에서 일어난 대학살은 너무도 끔찍해서 심리학이나 정치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의 연구대상이 되곤 한다. 한나 아렌트가 에서 언급한 '악의 평범성'은 많은 사람들이 가진 상식을 뒤바꿔놓은 개념이었다.는 아우슈비츠가 흘러간 수용소가 아님을 보여준다. 최고로 평가받던 언론사와 직장이던 MBC가 파탄이 나는 과정을 보도국 중심으로 예리하게 보여준다. 사측은 비인격적 인사관리를 '잉여'와 '도구'로 노동자를 나눈다. 보도라는 노동에서 철저히 배제시킨 '잉여'와 주축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품질 관리를 위해 적당하게 참여시킨 '도구'. 해고자는 해고자대로, 잉여는 잉여대로 괴롭고 도구는 도구대로 수치스럽다. 동료가 쫓겨난 자리를 채운 시용기자를 나라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강고한 조직과 지지, 연대가 ..
와 가 워낙 명성이 높아 유발 하라리가 대체 누구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앞 두 권은 도서관에서 워낙 절찬리에 대여 중이었다. 그래서 그나마 예약 순위가 빠른 을 먼저 받아 읽었다.다 읽고 나니 많이 실망스럽다. 책은 과거부터 20세기까지 다양한 전쟁 회고록을 나열하며 그 차이를 언급한다. 흥미로운 이야기도 많았다.가장 핵심은 전쟁에 대해 사람들이 시대에 따라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현대를 사는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전쟁터에서 겪는 추위나 고통, 환멸 등을 표출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게도 당시 회고록을 기록한 이들은 그러한 사실을 전혀 묘사하지 않는다. 이것은 검열의 문제나 화력 차이, 전법 문제라기 보다 인식의 문제라는 하라리의 설명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군과 전쟁, 전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