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는 시대정신이 철철 넘쳐흐른다. 아니, 가 시대정신이다. 소득은 낮고 집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청년세대, 그것도 여성이 주인공이다. 그 여성이 만나는 연인은 웹툰 작가라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전임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처럼 중동으로 사라진다, 눈물을 흘리며. 여성은 담배와 위스키를 포기하는 대신 집을 포기한다. 등짝맞을 결정이지만, 그는 그렇게 결정한다.주인공이 전전하는 친구라고 번듯하게 사는 건 아니다. 동아리에서 좋은 키보디스트였지만 그 재능은 철저히 무시받고 요리를 못 한다고 구박받는 친구. 결혼을 맞이해 빚을 내서 아파트를 샀는데 반려자는 헤어지고 융자만 남은 친구. 주인공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고 무례하게 결혼하자고 청하며 감금하는 노총각 친구와 부모. 단순히 아직 다 꽃피우지 못해서 힘들..
발리우드에서 만들어 인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인도 영화를 처음 본다. 발리우드의 참신하고 독특한 매력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서 기대가 되었다. (간단한 줄거리, 스포일러 주의)영화는 익히 알려져있다시피 여성 레슬러를 키워드로 한 영화이다. 에서 아버지는 훌륭한 레슬러였으나 무능해서 지원하지 않는 스포츠 당국과 가난한 형편 때문에 결국 평범한 삶을 살게 된다. 대신 그는 아들에게 레슬링을 시키려고 했으나 그에겐 딸만 넷이 생긴다. 그는 실망하지만, 어느날 자신을 놀리는 남자 아이들을 패고 온 첫째와 둘째 딸을 보며 생각한다. "남자든 여자든 금메달은 금메달인데!" 그리고 내켜하지 않는 두 딸에게 레슬링을 가르친다. 나는 그 안에 씨실과 날실처럼 얽힌 가부장제 또는 가족주의와 페미니..
나무 나이를 세는 나이테는 기후에 따라 다르다. 가뭄이 들면 나이테는 좁아진다. 사람 나이테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살아온 길을 반영한다.아름답게 나이들기란 쉽지 않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빛나는 외모는 슬프게 우리 곁을 떠난다. 그 난 자리를 지성과 마음 그릇으로 채우야 한다. 그리고 곱게 늙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리는 이미 이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꼰대들을 보며 그 사실을 체감한다. 4일 열린 백상예술대상에서 송은이가 여자 예능상을 수상했다. 그에게 아낌없는 축하를 보낸다. 송은이는 세월중력을 거슬러 누구보다 젊게 산다. 단순히 젊게 사는 것을 넘어서 아름다운 세상, 미래, 세대를 만들고 있다. 그는 동기 유재석보다 늦게 출발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자신이 늦게 출발한게 자신이 부족해서가 ..
* 주의 :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은 , 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 작품이다. 전작이 워낙 흥행에 성공하고 평도 좋아 에도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다. 작품을 보고 나서 두 가지 이야기가 생각났다. 하나는 용산참사, 하나는 제어되지 않는 염력과 부성애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시기에 개봉했는데, 을 보면서 용산참사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콘테이너에 경찰을 태우고 크레인에 실어 옥상에 진출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용산에 바치는 헌정극이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공권력을 지배하는 자본, 국가 권력을 넘어선 자본권력은 이 희미하게 보여준 것을 뚜렷이 연출하려고 했다. 통제받지 않아 잔인하게 진화한 3세경영자로 현현한 정유미는 너무 직설적이고 과한 연출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대..
상암동에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에 처음 방문했다. 극장 시설이 CGV 같은 상업영화관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무료였다. 틈이 나면 자주 갈 생각이다. 오늘 내가 본 영화는 이었다. 이 영화는 20세기 초 태어난 한 일본인 남성이 실제로 살아온 이야기를 극화한다. 남성은 어린 시절 홍역에 걸려 시각장애를 가지게 된다. 이후 어머니 권유로 유랑 악사가 되지만, 사실상 구걸로 연명하는 셈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인상깊게 본 장면은 '어머니'가 등장하는 부분이다. 통신 시설이 거의 없는 20세기 초 일본에서 어머니는 유랑하고 있는 치쿠잔을 3,4회 찾아낸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서 중매를 2회 제의하고, 집에 돌아오라고 말한다. 나는 거기서 봉건과 근대를 헤매는 일본인을 느꼈다. 비록 구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