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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정현을 보는 즐거움

연희관쭈구리 2018. 1. 25. 08:39

군에서 돌아온 후, 테니스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었다. 내가 몇 가지 생활체육을 즐기고 싶었다. 보는게 즐거워서 참여해보고 싶은 야구도 있지만, 탁구나 배드민턴같은 코트에서 세트를 나누는 구기 종목을 배우려는 마음이 있었다. 그 중에 테니스가 내 최종목표였다. '테니스가 그렇게 체력소모가 길다던데, 얼마나 힘들고 운동이 되길래 그럴까?' 이런 호기심 덕에 테니스동아리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그 생각을 접었다. 테니스 동아리가 나이가 아닌 자체 기수에 따라 엄격한 선후배 위계를 따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리버럴리스트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었다. 군대도 겨우 마치고 왔는데 또 그런 세계에 내 심기를 맡기고 싶지 않았다.


그때 일이 후회되지 않았다가, 최근 정현을 보며 다시 떠오른다. 

정현 선수 경기를 보는 일은 참으로 유쾌한 일이다. 탈민족주의, 후기민족주의로 우리 사회가 가야 한다는 것이 내 개똥철학이다. 하지만 한국 국적 스포츠팀에 대한 애정은 그 지향보다 근간에 깔린 힘센 피이다. 테니스라는 우리와 무관해보이던 친서구 개인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니 더욱 반갑다. 김연아와 박태환*이라는 위대한 영웅을 낳았지만, 구기 개인 종목이라는 점에서 좀 더 눈길을 끈다.

정현이 한국인 최초로 그랜드슬램 대회 4강에 진출했다. 꺾은 상대가 세계랭킹 4위인 알렉산더 즈베레프,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 이번 대회에서 정현과 함께 돌풍을 일으킨 테니스 샌드그렌 등 쟁쟁한 상대였다. 그리고 이번엔 로저 페더러를 만난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경기이다. 정말 대결 성사 그 자체만으로도 여한이 없다.

정현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은 시원시원한 인터뷰이다. 영어를 잘 해서 더 멋있기도 하다. 센스있는 호주 오픈 온코트 인터뷰 진행자 덕분에 모국어 소감도 말할 수 있었는데, 다음 경기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멘트는 당당함에 녹아내릴 지경이었다. 카메라에 '보고 있나?', '충 온 파이어'같은 멘트를 쓴 걸 보니 <무한도전> 깨나 본 모양인데, 출연하면 참 재미있겠다 싶었다.

정현이 이번 대회 돌풍을 넘어서 지속적으로 세계 대회에 두각을 나타내는 강자가 되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다시 생활체육으로서 테니스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여가를 즐기면 좋겠다. 멋진 친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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