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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대중문화 모니터링

<치쿠잔의 여행>

연희관쭈구리 2018. 1. 30. 21:42

상암동에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에 처음 방문했다. 극장 시설이 CGV 같은 상업영화관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무료였다. 틈이 나면 자주 갈 생각이다. 


오늘 내가 본 영화는 <치쿠잔의 여행>이었다. 이 영화는 20세기 초 태어난 한 일본인 남성이 실제로 살아온 이야기를 극화한다. 남성은 어린 시절 홍역에 걸려 시각장애를 가지게 된다. 이후 어머니 권유로 유랑 악사가 되지만, 사실상 구걸로 연명하는 셈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인상깊게 본 장면은 '어머니'가 등장하는 부분이다. 통신 시설이 거의 없는 20세기 초 일본에서 어머니는 유랑하고 있는 치쿠잔을 3,4회 찾아낸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서 중매를 2회 제의하고, 집에 돌아오라고 말한다. 나는 거기서 봉건과 근대를 헤매는 일본인을 느꼈다. 비록 구걸과 다름없지만, 악기를 가지고 음악을 연주하는 직업을 가지고 제약없이 자신만의 삶을 꾸려나가는 근대인과, 그 근대인을 가정의 틀에 묶어두려는 어머니. 나는 그 갈등이 근대화 열풍에 휩쌓인 일본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의미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감독이 계절을 통해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묘사하려고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인공이 잠시 부를 이룬 동료와 함께 진정한 의미의 유랑 극단 생활을 할 때 극중 계절은 여름이었다. 주인공은 눈이 쌓이지 않은 바닷가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바다에서 멱을 감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70% 이상 시간동안 주인공은 겨울을 돌아다닌다. 그래서 주인공이 더욱 고독해보인다. 그런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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