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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갈>을 보고

연희관쭈구리 2018. 5. 7. 23:06

발리우드에서 만들어 인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당갈>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인도 영화를 처음 본다. 발리우드의 참신하고 독특한 매력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서 기대가 되었다. 

(간단한 줄거리, 스포일러 주의)

영화는 익히 알려져있다시피 여성 레슬러를 키워드로 한 영화이다. <당갈>에서 아버지는 훌륭한 레슬러였으나 무능해서 지원하지 않는 스포츠 당국과 가난한 형편 때문에 결국 평범한 삶을 살게 된다. 대신 그는 아들에게 레슬링을 시키려고 했으나 그에겐 딸만 넷이 생긴다. 그는 실망하지만, 어느날 자신을 놀리는 남자 아이들을 패고 온 첫째와 둘째 딸을 보며 생각한다. "남자든 여자든 금메달은 금메달인데!" 그리고 내켜하지 않는 두 딸에게 레슬링을 가르친다. 

 나는 그 안에 씨실과 날실처럼 얽힌 가부장제 또는 가족주의와 페미니즘, 그리고 그 교차점인 자유 또는 해방에 대해서 고민했다. 영화에도 등장하고 잘 알려져있다시피 인도는 여성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국가이다. 조혼 풍습, 직업 차별, 멸시, 빈번한 성폭력, 교육 기회 박탈 등 개선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 보편적 인도 남성 이미지와 대비된다. 아버지는 무뚝뚝하지만 모두의 조롱과 멸시를 묵묵히 견디며 '여성'을 훌륭한 레슬러로 키우려고 한다. 영화 중간에 나오는 두 딸의 친구가 결혼식에서 말하는 내용이 아버지의 입지를 잘 설명한다. 아버지는 어떤 의미의 투사이다.

하지만 내가 한 가지 고민한 부분은 전반부였다. 두 딸은 결국 의지를 가지고 국가대표 레슬러가 된다. 하지만 레슬링을 시작한 계기와 초반 훈련 과정은 두 딸의 의사와 관계없다. 아니, 두 딸은 하고 싶지 않아 요리조리 반항한다. 결론적으로 아버지 덕분에 두 딸은 조혼이라는 정해진 운명의 굴레를 피하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은 나를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근본적으로 자유주의자이다. 극적 장치로서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기에 두 딸이 레슬링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사실, 어려운 환경에서 조건을 따지는 것이 참 의미없다. 그리고 반발을 일으키기도 쉽다. 또 실제적으로 압축성장을 할 때에는 환경이나 인권 등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인도를 일깨우기 위해서는 <당갈>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도 올해 본 영화 가운데 <소공녀>와 쌍벽을 이루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은 페미니즘 영화라도, 한국은 <당갈>로 일깨우기에는 그 단계는 적어도 넘어서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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