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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 영화 <염력>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염력>은 <부산행>, <돼지의 왕>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 작품이다. 전작이 워낙 흥행에 성공하고 평도 좋아 <염력>에도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다. 작품을 보고 나서 두 가지 이야기가 생각났다. 하나는 용산참사, 하나는 제어되지 않는 염력과 부성애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공교롭게도 <공동정범>이 같은 시기에 개봉했는데, <염력>을 보면서 용산참사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콘테이너에 경찰을 태우고 크레인에 실어 옥상에 진출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용산에 바치는 헌정극이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공권력을 지배하는 자본, 국가 권력을 넘어선 자본권력은 <베테랑>이 희미하게 보여준 것을 뚜렷이 연출하려고 했다. 통제받지 않아 잔인하게 진화한 3세경영자로 현현한 정유미는 너무 직설적이고 과한 연출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대중을 자극하고 매료시키는 요소임은 분명하다. 

연상호 감독이 사회를 보는 시선에 많이 공감했다. 초능력, 염력 정도는 사용해야 자본과 국가의 결탁이랑 겨우 힘대결을 해볼 수 있다. 그리고 초능력이 있어서 그나마 통쾌하게 싸웠지만, 어차피 패배로 귀결된다. 그 허무함이 이 영화 끝에 남는다. 류승룡이 염력 쓰는 영상을 '무술 전문가'가 보도 채널에 나와 북한 배후설을 주장하는 모습, 경찰이 무리하게 진압하는 모습을 생중계하는 보도 채널을 TV가 아닌 유튜브로 보는 모습 등은 연상호 감독이 가진 언론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웹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담론의 미성숙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영화가 가장 아쉬운 평을 듣는 지점은 개연성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히는 염력을 얻었을 때 주변 반응과 본인 행동, 그것이 통제되는 극적 사건의 부재, 그리고 그 이후일 것이다. 류승룡은 염력을 얻었음을 확인하고 나이트클럽 밤무대 면접까지 본다. 하지만 곧 위기에 처한 딸을 돕기 위해 염력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전형적인 한국형 드라마에 가깝다. 딸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에 동의하지 않다가 딸이 과거 아픈 기억을 떠올리고, 결국 마음을 바꾸는 흐름도 그러하다. 

히어로물에서는 초능력을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다크 나이트>는 넘치는 힘을 가진 배트맨에 맞서 잔혹하고 못지 않게 뛰어난 안티히어로 조커를 배치함으로써 긴장감을 성공적으로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염력을 가진 류승룡을 통제하는 것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류승룡은 자본의 매수와 협박, 공권력의 물리력을 모두 별 무리없이 극복하는데, 이것이 이 영화를 단조롭게 만들었다. 공권력은 진압 현장에서 류승룡이 가진 염력을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류승룡이 마지막에 자수하고 순순히 감옥살이를 했다는 마무리는 뜬금없이 느껴진다.


누군가는 용산에 극영화를 헌정해야 한다. 이 영화는 존재만으로 의미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예쁘게 풀 수 없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 영화는 성공이라고 평할 수 없지만, 좋은 문제의식을 가진 연상호 감독 차기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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