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동 거주기

이사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응암동으로 떠난다. 홍제동을 6년만에 떠난다. 처음 이사올때에는 낯선 동네였지만 정이 많이 들어 등지기 아쉽다. 새로 이사올 홍제동 주민을 위해 몇가지 꿀팁과 정보, 약간의 단점을 정리하고자 한다. 내가 살던 곳은 홍제1동 33x-xx번지였고, 홍제내0길 구역이었다. 그랜드힐튼호텔 맞은편 언덕배기에 있다.

1) 교통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 주민이라면 3호선 홍제역까지 도보로 이동하기 멀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마을버스 서대문09를 비롯해 서대문01, 서대문10, 서대문14, 그 외 3개 노선의 일반 버스가 홍제역으로 2정거장 정도 걸려서 간다. 그 외에 신촌으로 가는 버스 4개 노선, 광화문으로 가는 노선 1개가 있어 생활권에 따라 환승할 필요가 적은 곳이기도 하다.

2)슈퍼

작은 슈퍼인 하나마트가 있다. 물건값이 편의점은 물론 대형마트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 주인 어르신이 착하고 인사할 이웃이 되어주시기도 한다. 평일은 아침 7시부터 저녁 12시까지 열고 일요일은 2주에 1번 쉬신다.

큰 슈퍼가 가고 싶다면 유진상가(도보 10분+@) 내에 롯데슈퍼가 있다. 이마트에서 배달도 온다.

3)다양한 식당

집 앞 그랜드힐튼호텔에는 외국인이 많이 머무른다. 이들을 상대로 한 가게가 홍제천을 따라 있다. 외국인이 즐겨먹을법한 한식 위주 음식이다. 갈비, 24시간 해장국, 감자탕, 삼겹살 등 번화가 못지 않은 메뉴가 준비되어있다. 하지만 가격은 비싸다. 

4)맥세권

무엇보다 맥세권이다. 새로 이사갈 동네가 맥세권이 아닌 것으로 파악되어 실망했다. 맥세권은 중요한 이사 요소이다. 그 외에 홍제역 주변 다양한 배달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5)기숙사

행복연합기숙사가 동네에 있다. 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드나는다. 하지만 굉장히 착하다. 지역 주민으로 6년 거주하며 이 곳에 행패부리거나 사고치는 대학생은 없었다. 다른 지역 행복연합기숙사에는 반대도 있다던데, 이 동네에서 그런 인터뷰가 나온 것은 내 눈으로 본 적은 없다.

6)언덕

이 지역의 단점이다. 안산을 깎아 만든 동네이기 때문에 오르기 숨이 차다. 집에 드나드는 과정이 등산 그 자체이다. 하지만 운동된다는 마음으로 출퇴근할만하다. 눈이 올 때마다 걱정했지만 서울시와 서대문구가 일을 잘 해서인지 항상 제설작업이 되어있었고, 넘어질 정도로 불편한 적은 없었다.

7)사람 사는 마을

몇 년 전 새로 이사오신 202호 아주머니가 그 전 동네에서 다친 길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왔다. 집안에 이미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 함께 키우기 어렵다며 옥상에 딸린 골방에 거처를 마련해주었다. 낮에는 창문을 열어 옥상과 길을 다닐수 있게 하시고, 밤에는 들여보내 먹이를 주시는 것 같았다. 우리 동네엔 그 고양이 말고도 서너마리 길고양이가 있다. 하지만 길고양이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먹이를 주지 말라는 이웃은 없었다(길고양이가 물어뜯어 아저씨가 고생하고 냄새가 날 수 있으니 음식물쓰레기를 제 시간에 버리자는 제안의 벽보는 본 적이 있다). 202호 아주머니가 가끔 먹을 것도 주시고 소정의 돈을 주도적으로 모아 정화조청소도 하신다. 

언덕 중간 즈음에 아이들이 많이 산다. 오후 6시가 되면 부모님이 함께 어린이집, 유치원 차를 기다리며 담소도 나누고 아이들끼리 인사도 한다. 참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동네이다. 

처음 이사올 때에는 교통도 불편해 보이고 언덕배기인 점 때문에 들어오기 싫었다. 하지만 살다보니 나름 장점이 많은 동네이다. 내 뒤를 이어 이 동네에 살 새 이웃이 잘 적응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