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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보일러 동파기

연희관쭈구리 2018. 1. 29. 21:59

수도가 얼어붙은지 6일차, 보일러가 꺼진지 5일차가 되었다. 냉골에서 자고, 샤워는 목욕탕에서 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금요일에 옆집에서 연락이 와서 함께 수리하자고 했다. 40만원을 두집이 나눠내는 조건이었다. 거액이라 부담되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으니 수락했다.

어제는 공사 예정일이었다. 나는 아침부터 일정이 있어서 현장에 있을 수 없었다. 밤에 돌아와보니 냉수는 나오는데 온수가 나오지 않고 난방도 되지 않았다. 보일러로 가는 배관은 녹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늘 아침 드라이기를 가지고 보일러가 있는 베란다로 나갔다. 서너시간을 매달려 열심히 녹여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드라이기로 올라온 베란다 먼지만 엄청 마셨다. 결국 동네 철물점에 나가 보일러를 녹일 설비업자분을 불렀다. 그 분이 오셔서 점검하더니, 가격을 30만원을 불렀다. 억장이 무너졌지만, 그래도 할 수 없었다. 아저씨가 4시부터 6시까지 열심히 노력하시더니, 일단 온수관을 녹이고 내일 오전에 와서 마무리해주겠다고 하셨다. 그 덕에 저녁에 일주일만에 설거지를 할 수 있었다.

파괴된 일상이 복원된 순간은 참 아름답다. 무심히, 혹은 귀찮아도 수행했던 설거지와 빨래가 굉장히 성스럽게 느껴졌다. 아직 난방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몸이 적응되기도 했고, 어지러웠던 방을 정리한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하다.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하고 조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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