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기

방앗간과 ICT

연희관쭈구리 2018. 2. 3. 22:18

오늘 2주간의 부모님 방앗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내가 하는 일은 탕비실, 또는 창고에 들어가 굳은 가래떡을 기계에 집어넣어 써는 일이다. 오전에 서너시간 썰고 작업을 마친 뒤에는 다음날 썰 떡을 미리 떼어놓는다. 

가래떡을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흰 쌀을 불려 물기를 빼고 쌀가루를 만든다. 쌀가루를 시루에 담아 스팀으로 쪄서 떡 형태로 만든다. 이를 모양을 내는 기계에 넣어 가래떡 모양을 내고 채반에 담는다. 이 기계를 통해 떡볶이떡, 제삿상에 올리는 모양의 떡 등을 만들 수 있다. 채반에 담은 가래떡은 하루정도 밖에 두어 물기를 뺴고 말린다. 하루 뒤 가래떡대를 넣어 자르는 기계에 넣는다.

요즘은 쑥, 비트 등을 넣어 색을 낸 색깔 가래떡도 있다. 가래떡 자체가 맛있는 음식이지만 초록색, 보라색, 빨간색, 노란색 떡국떡을 보면 참 식욕이 돋는다. 가끔 방앗간에서 일하다보면 김이 오르는 가래떡, 시루떡을 보게 된다. 그 맛은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이다. 손님이 맡긴 쌀을 정량대로 떡으로 만들어야 하기에 함부로 먹을 수는 없다. 가끔 우리가 명절을 쇠거나 주위에 선물용으로 주려고 떡을 만들때 먹을 기회가 생기면 그것도 소소한 행복이다.

내년 이맘때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있기에 설에 일할 수 없을 것이다. 올해가 마지막이 되어야 하고, 그러길 바란다. 하지만 만에 하나 취업이 원하는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방앗간에서 만든 음식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서울과 전국에 있는 고객에게 팔아볼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서울에서 돌아다니다가 확인한 떡값은 정읍에서 거래되는 것보다 훨씬 비싸다. 게다가 품질도 좋다. 이건 재구매율과 고객들의 평가로 확인된 것이다. 실제로 몇 년 전부터 우리 방앗간과 거래하는 어느 손님은 개인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한다. 그 분은 우리가 만든 떡을 사가 집에서 예쁘게 재포장한후 택배로 거래한다. 그리고 갈수록 거래량이 커진다. 온라인 쇼핑몰이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보통신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방앗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신기하다. 변해가는 세상에서 나도, 우리도 항상 각성할 준비를 해야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이어트 중간보고  (0) 2018.04.24
극단적인 가난  (0) 2018.04.20
KTX 특실 첫 탑승!  (0) 2018.02.02
보일러 동파기  (0) 2018.01.29
수도가 얼었다.  (0) 2018.01.24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