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평을 올리고 나서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고백할 부끄러운 기억이 있다. 예전 일이다. KTX를 탔는데 아이가 시끄럽게 칭얼대고 울고 부모에게 말을 걸었다. 그 소리가 차내에 꽤나 시끄럽게 머물렀다. 젊은 부모는 아이를 밖에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시골에 사는 내 부모님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그 아이를 말리지 않은 개념없는 젊은 부모를 나무랐다. 그 부모와 아이는 내게 차내에서 통화하는 노인, 심지어 음악을 외부 스피커로 듣는 아저씨와 같은 존재로 여겨졌다.노키즈존에 관한 논란을 접하고 내 입장을 정리했다. 노키즈존은 차별이고 소수자에 대한 혐오라고. 그러다가 그때 그 KTX가 생각났다. 그러면 너는? 그때는 왜 그렇게 생각했어? 최승호 시인의 가 떠올랐다. 너도 북어지? 매우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그..
밀양 병원에 큰 화재가 났다. 가장 화가 나고 아쉬운 점은, 입원실이 있는 병원인데도 스프링클러가 없다는 사실이다. 스프링클러가 구비되었던 2015년 나주 요양병원 화재에는 희생자가 없다. 건축법에 의하면 요양병원, 11층 이상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만이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라고 한다. 이해할 수 없다. 입원실이 있는 병원이라면, 게다가 노인이 많이 입원해있는 병원이라면 당연히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으로 규정했어야 하지 않을까?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람보다 자본이 먼저인 것일까. 이 참에 민학관군이 다 모여, 안전과 관련된 법과 시행령을 모두 살펴봤으면 좋겠다. 잘못된 점은 없는지, 시대에 맞지 않는 점은 없는지. 이제 더이상 소규모 시설이라고 안전에 관해 예외를 두는 일이 없어야 한다. 소규모시설..
특별히 볼만한 프로그램을 찾지 못했을 때 채널을 YTN에 두곤 한다. 어제 YTN은 사실상 였다. 경의선을 넘는 모습부터 서울역에서 KTX를 타는 모습까지. 심지어 강릉에 가서도 라이브는 이어졌다. 현송월 단장은 한국 미디어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는데도 그랬다.경의선 육로 통행이 2년여만에 재개되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오랜만에 북한 인사가 남한에 방문하는 것이라 남한 사회도 현송월의 방한에 관심을 가질 유인이 충분했다. 조선일보가 오보한 총살설, 확인되지 않은 옛 애인설 등으로 인한 개인 여성에 대한 관심도 컸다. 또한 북한에서 온 인물이 KTX를 타고 이동한 상황도 남한 사회가 처음 접한 상황이다. 이 모든 상황이 불과 몇 달 전 핵위기, 전쟁위기 이후 온 것이라 효과가 더욱 컸으리라..
2016년 11월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맞붙은 대선 결과가 준 쇼크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해 중순에 있던 브렉시트 투표와 함께 변화하는 세계를 느낄 수 있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오바마 대통령 지지율이 높았다는 점에서 트럼프 당선이 더욱 놀랍게 다가왔다. 정치 내부적으로 봤을 때에는 정당이 경선을 통해 좋은 후보를 뽑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느꼈다. 언론과 정치의 관계에 있어서 여론조사의 한계를 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 날짜로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미국은 물론 세계에 경천동지할 일이 벌어졌다. 멕시코 장벽은 정말 건설되고 있다. DACA에 으름장을 놓아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 미국은 유네스코, 파리기후협약에서 모두 발을 빼며 국제적 리더십을..
어떤 이는 스포츠는 스포츠이고, 정치는 정치가 아니냐고 묻는다. 일견 옳은 지적이다. 정치가 스포츠에 끼어들어 일어난 최악의 스캔들이 러시아 도핑 게이트이다. 스포츠를 국수주의 발흥을 위한 선전 도구로 사용하면 스포츠에 왜곡이 발생한다는 예시이다. 하지만 스포츠를 통한 남북교류는 스포츠와 정치가 결합한 최고의 선순환이다. 스포츠가 분열된 민족이 힘을 합치는데 도움이 되고 평화를 부른다면 그것에 정치적 요소가 있다고 피할 일이 아니다. 당사자도 아닌 IOC가 KOC나 한국 정부 못지 않게 적극적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남북한 스포츠교류엔 여러 단계가 있다. 평시에는 친선경기나 상대국에서 열리는 대회 참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경기대회에는 공동입장, 단일팀 결성이 그 순서일 것이다. 평창올림픽을 생각해보았..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꽃다운 청년 박종철이 사망한지 31년이 되는 날이다. 30주기보다 31주기에 우리가 그를 더욱 기억하는 이유는 지난해 이맘때 복잡한 정치상황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영화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은 존재 자체가 감사한 영화라고 생각한다.박종철이나 이한열을 떠올릴 때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지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그들이 헌신함으로써 역사가 진보했다는 믿음이 첫번째이다. 두 열사를 떠올릴 때마다 미안한 감정, 죄스러운 감정, 좋은 나라를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역사가 '그들이 죽어 제물이 되었고, 그 이후(또는 그것을 계기로) 개헌이라는 절차적 민주화를 쟁취할 수 있다'라고 쓰여진 글을 볼 때 망설여진다. ..
1월 9일 화요일 앵커브리핑에서 이 프로젝트가 언급되었다. 제일기획이 통일부와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로, 휴전선 철조망을 잘라 피아노를 만들었다. 그 피아노로 실향민이 휴전선 앞에서 을 연주한다. 영상에 나오는 여러 실향민은 한 마디도 말하지 않는다. 그분들이 화면에 나올 때마다 '고향까지 10분'과 같이 고향과의 거리를 알리는 자막이 나타난다. 최근 본 영상 가운데 가장 충격을 주었다.분단은 70여년이 지나고 있다. 이제 이산가족은 대부분 70세를 넘는다. 2016년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가운데 사망자가 생존자를 넘어섰다. 1월이 시작되자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가 오가며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살얼음이다. 올림픽을 계기로 잠시 갈등이 봉합되어있을 뿐이다. 대북제재,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