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니스 가르시아 선수에 대해 걱정되는 점은 세 가지였다. 생각보다 낮은 타구각도와 좁은 수비폭, 내성적인 성격. 하지만 8경기를 치른 지금까지 보자면 빠른 타구속도라는 강점이 아직 더 도드라진다. 1일에 때린 끝내기 안타도 빠른 타구로 3루수 옆을 스친 안타였다. 만일 타구가 분석되고 시프트에 걸린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한국 투수들의 공을 때리기에 적당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증명되었다. 수비폭은 좁지만 강한 어깨가 상쇄한다. 히어로즈 전에서 저지른 성급한 실책만 나오지 않는다면 괜찮다.내성적인 성격은, 야구를 잘하면 생각나지 않는다. 오히려 팀 분위기에 방해만 안 끼치고 남한테 민폐주지 않으면 되지!
http://www.ize.co.kr/articleView.html?no=2018020700477220972 강명석 편집장이 쓰는 글을 굉장히 신뢰한다. 단순히 프로그램이나 콘텐츠에 한정된 리뷰가 아니라 시대정신에 기반한 통찰력있는 리뷰를 쓰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이 칼럼은 더 슬프다. 을 오래 좋아하고 있는 팬이다. 추후에 자세히 연도별로 에피소드를 평가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2015년 은 동력을 잃었다. 그건 노홍철과 정형돈이 갑작스레 없어져서일 수도 있고, 광희가 힘겹게 적응해서일 수도 있다. 2016년 양세형이 들어왔다. 그는 훌륭한 개인기량을 가진 코미디언이었고, 에 큰 기여를 했다. 2018년 조세호가 합류했다. 은 30대 (남성) 코미디언 가운데 에이스라고 꼽힐만한 2명을 데..
조부모와 부모가 상호작용하며 성장하던 60년대와 부모와 내가 함께한 90년대는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아직 비혼 상태에 있지만 내가 만일 조만간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는다면 2020년대가 될 것이다. 60여년의 시간동안 한국 사회도 빠르게 변하고, 육아도 빠르게 변했을 것이다. 우리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시키는 막걸리 심부름을 했다. 나는 회초리를 맞긴 했지만 배고프지는 않은 환경에서 자랐다. 내 자녀는 어떻게 바뀐 세상을 살까.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한다. 장가갈 수 있을까. 나에겐 다른 사람이 어렵지않게 치르는 것처럼 보이는 통과 의례가 너무 버겁다. 취업, 연애, 결혼. 앞에 일이 엄두가 안 나는데 출산까지는 생각하기도 벅차다. 조금 늦은 내 인생을 질책하지 않는 바다와 같은 부모도 내 결혼과 출산에는..
* 주의 :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은 , 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 작품이다. 전작이 워낙 흥행에 성공하고 평도 좋아 에도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다. 작품을 보고 나서 두 가지 이야기가 생각났다. 하나는 용산참사, 하나는 제어되지 않는 염력과 부성애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시기에 개봉했는데, 을 보면서 용산참사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콘테이너에 경찰을 태우고 크레인에 실어 옥상에 진출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용산에 바치는 헌정극이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공권력을 지배하는 자본, 국가 권력을 넘어선 자본권력은 이 희미하게 보여준 것을 뚜렷이 연출하려고 했다. 통제받지 않아 잔인하게 진화한 3세경영자로 현현한 정유미는 너무 직설적이고 과한 연출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대..
상암동에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에 처음 방문했다. 극장 시설이 CGV 같은 상업영화관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무료였다. 틈이 나면 자주 갈 생각이다. 오늘 내가 본 영화는 이었다. 이 영화는 20세기 초 태어난 한 일본인 남성이 실제로 살아온 이야기를 극화한다. 남성은 어린 시절 홍역에 걸려 시각장애를 가지게 된다. 이후 어머니 권유로 유랑 악사가 되지만, 사실상 구걸로 연명하는 셈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인상깊게 본 장면은 '어머니'가 등장하는 부분이다. 통신 시설이 거의 없는 20세기 초 일본에서 어머니는 유랑하고 있는 치쿠잔을 3,4회 찾아낸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서 중매를 2회 제의하고, 집에 돌아오라고 말한다. 나는 거기서 봉건과 근대를 헤매는 일본인을 느꼈다. 비록 구걸과..
군에서 돌아온 후, 테니스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었다. 내가 몇 가지 생활체육을 즐기고 싶었다. 보는게 즐거워서 참여해보고 싶은 야구도 있지만, 탁구나 배드민턴같은 코트에서 세트를 나누는 구기 종목을 배우려는 마음이 있었다. 그 중에 테니스가 내 최종목표였다. '테니스가 그렇게 체력소모가 길다던데, 얼마나 힘들고 운동이 되길래 그럴까?' 이런 호기심 덕에 테니스동아리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그 생각을 접었다. 테니스 동아리가 나이가 아닌 자체 기수에 따라 엄격한 선후배 위계를 따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리버럴리스트로서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었다. 군대도 겨우 마치고 왔는데 또 그런 세계에 내 심기를 맡기고 싶지 않았다. 그때 일이 후회되지 않았다가, 최근 정현을 보며 다시 떠오른다. 정현 선수 경기를 보는 ..
라는 연극이 있다. 100명의 일반인이 참여해서 벌이는 다큐멘터리 연극이다. 독일에서 시작된 이 연극은 세계 각지를 돌다가 광주로 왔다. 이들은 1명씩 각각 1%를 대변한다. 연극이 진행되며 이들은 질문을 받고 예, 아니오로 대답하며 자리를 옮긴다. 일반인 출연자는 관객에게 질문하기도 한다. 서울 시민인 관객에게 던지는 이런 질문이 나왔다. "당신은 이 공연에서 5.18 이야기를 기대했나?" 많은 관객이 손을 들었다. 무대에 선 사람에게도 질문이 주어진다. "광주가 5.18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기를 바라나요?" 무대에 선 사람 대부분이 긍정했다.우리는 광주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가슴아픈 문제이다. 한강은 에필로그에서 그들이 '희생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희생자가 되지 않기를 ..
아우슈비츠에서 일어난 대학살은 너무도 끔찍해서 심리학이나 정치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의 연구대상이 되곤 한다. 한나 아렌트가 에서 언급한 '악의 평범성'은 많은 사람들이 가진 상식을 뒤바꿔놓은 개념이었다.는 아우슈비츠가 흘러간 수용소가 아님을 보여준다. 최고로 평가받던 언론사와 직장이던 MBC가 파탄이 나는 과정을 보도국 중심으로 예리하게 보여준다. 사측은 비인격적 인사관리를 '잉여'와 '도구'로 노동자를 나눈다. 보도라는 노동에서 철저히 배제시킨 '잉여'와 주축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품질 관리를 위해 적당하게 참여시킨 '도구'. 해고자는 해고자대로, 잉여는 잉여대로 괴롭고 도구는 도구대로 수치스럽다. 동료가 쫓겨난 자리를 채운 시용기자를 나라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강고한 조직과 지지, 연대가 ..
2014년 노홍철 하차 이후 은 지켜보기 안쓰러울 정도였다. 5명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어색했다. '극한알바' 편부터 함께 모니터하는 장면을 늘리며 토크로 분량을 채우려고 했지만 뭔가 부족했다. 새로 들어온 광희는 다른 방송 예능에서 보여준 역량을 전혀 드러내지 못하며 잠시 도움을 얹지 못했다. 그 와중에 정형돈마저 빠졌다. 외부 예능에 나가 MC를 맡을 정도로 성장한 두 출연자인 노홍철과 정형돈. 그 둘은 성장하는 캐릭터쇼 이 가진 동력원이었다. 두 명이 빠진 자리는 생각보다 컸다.2016년 양세형이 합류하며 무한도전은 심폐소생에 성공했고, 2018년 조세호 합류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양세형과 조세호는 1980년대생 코미디언 가운데 버라이어티 쇼에서 가장 큰 역량을 발휘했다고 할 수 있는 탑클래스 유..
와 가 워낙 명성이 높아 유발 하라리가 대체 누구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앞 두 권은 도서관에서 워낙 절찬리에 대여 중이었다. 그래서 그나마 예약 순위가 빠른 을 먼저 받아 읽었다.다 읽고 나니 많이 실망스럽다. 책은 과거부터 20세기까지 다양한 전쟁 회고록을 나열하며 그 차이를 언급한다. 흥미로운 이야기도 많았다.가장 핵심은 전쟁에 대해 사람들이 시대에 따라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현대를 사는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전쟁터에서 겪는 추위나 고통, 환멸 등을 표출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게도 당시 회고록을 기록한 이들은 그러한 사실을 전혀 묘사하지 않는다. 이것은 검열의 문제나 화력 차이, 전법 문제라기 보다 인식의 문제라는 하라리의 설명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군과 전쟁, 전쟁 ..